당신은 왜 책을 읽는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양을 얻기 위해서" , 혹은 "똑똑해지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길가는 사람 1만명에게 무작위로 책 읽는 이유를 질문한 결과 교양과 똑똑함을 내세운 사람이 90%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결과는 정직한 응답이라고 볼 수가 없다. 우리가 책을 선택할 때나 읽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없다면 책읽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 외에 즐거움이 없는 독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인내심을 발휘한다 해도 얼마 안가 책장을 덮고 말 것이다.

어린이는 몰염치스러울 정도로 즐거움을 위해서 읽는 독자
특히 어린이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자기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책이 있다면 밥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미루고 몰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슨 꾀를 써서라도 책장을 덮고 만다. 세계적인 아동문학 평론가 릴리언 H 스미스 여사의 말처럼 "어린이란 몰염치스러울 정도로 즐거움을 위해서 읽는 독자"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강력한 독재자라도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책을 오래동안 계속 어린이들에게 읽게할 힘은 없다.
 
쾌락 중에서 가장 오래가는 것은 독서
인간에게 쾌락을 주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오래동안 지속되는 것은 독서가 주는 쾌락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한 잔의 달콤한 음료수가 주는 쾌락, 아름다운 꽃 한송이가 주는 쾌락, 음악이 주는 쾌락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런 쾌락들은 한 권의 좋은 책이 주는 쾌락만큼 오래 지속되지는 못한다. 한잔의 음료수는 목구멍을 넘어가자마자 사라지고, 아름다운 꽃 한송이는 시선을 돌리자마자 사라진다. 또 음악이 주는 쾌락은 소리가 사라지면서 사라진다.

간혹 좋은 음악의 여운이 몇시간 동안 지속될 수는 있지만, 수년 후까지, 수십년 후까지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서가 주는 쾌락은 시공을 초월하여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시절에 읽은 <어린왕자>, <미운오리새끼>, <빨간 머리 앤>에서 얻은 즐거움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어른의 세계로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지금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문학당의설(文學糖衣說)이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는다.
그런데 이러한 독서의 즐거움이 소홀히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 "독서=교육"이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있는 "문학당의설(文學糖衣設)"을 신봉하는 어른들 때문이다. 어린이에게 교훈이란 가치관을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문학을 쓴 약을 먹이는데 필요한 사탕 정도로 생각하는 "문학당의설"의 사고방식은 어린이의 독서생활을 괴로움으로 바꿔놓는다. 문학이란 쓴 약 위에 칠해진 사탕이 아니다. 위대한 문학이란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독서의 즐거움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폭력, 속임수, 괴변, 말 바꾸기, 선정적인 내용 등에서 오는 저속한 종류의 즐거움도 있고, 정의, 용기, 희생, 애국, 인내, 봉사 등에서 오는 품격있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가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를 결정짓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 즐거움을 주는 방법에서 기인한다.

어떤 책에서 즐거움을 얻었는 지에 따라 독자의 즐거움의 품격이 결정되다. 그리고 그 즐거움의 품격은 다음 책을 선택할 때, 선택의 방향을 좌우하게 된다. 어린시절에 어떤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그 어린이의 인생의 품격이 결정된다.

남미영 박사님